■이영하의 詩心 世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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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7.19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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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팝나무의 입대식
 
시인 이영하
 
새벽 산책길.
조팝나무들이 하룻밤 사이
모두 같은 머리가 되어 서 있었다.
가지 끝까지 다듬은 모습이
막 입대한 훈련병들처럼
말없이 줄을 맞추고 있었다.
 
문득 오래전
교육사령부 연병장이 떠올랐다.
학생이던 청년들이 머리카락을 내려놓고
조국이라는 이름 앞에
새로운 첫걸음을 내딛던 날.
 
누구는 긴장을 삼켰고,
누구는 몰래 눈물을 감추었지만
그들의 눈빛만은 처음보다 더 곧게 서 있었다.
 
조팝나무도 그랬다.
꽃을 피우기 전에
먼저 불필요한 가지를 내려놓고,
바람보다 먼저
자기를 단정히 세운다.
 
아름다움은 많이 가지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덜어 낼 줄 아는 데 있다는 것을.
머리를 깎던 그날의 훈련병도,
가지를 비우는 조팝나무도
봄보다 먼저 성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단정히 서 있는 조팝나무 앞에서
한 사람의 품격은 무엇을 더했는가보다
무엇을 내려놓았는가로 완성된다는 것을
다시 배운다.
 
 
 
<시작 노트>
 
아파트 산책길 조팝나무가 가지치기를 마친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군 시절이 떠올랐다. 현역 시절 공군교육사령관으로 근무하며 수많은 장병들의 입대식을 지켜보았다. 긴 머리를 자르고 같은 군복을 입은 젊은이들은 어제의 학생이 아니라 오늘의 군인이 되어 있었다. 가지를 덜어 낸 조팝나무도 봄을 위해 자신을 단정히 다듬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도 나무도 성장은 무엇을 더하는 일이 아니라 무엇을 내려놓는 일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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