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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아 『삶이 가르쳐준 것들』과 이일장 『살아서 돌아오다, 1%의 기적』이 건네는 삶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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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시간전
 
〔문화부장 시선의 窓〕
 
우리는 평범한 하루의 소중함을 쉽게 잊고 살아간다. 아침에 눈을 뜨고 출근을 하고, 가족과 식사를 하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보내는 일은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인다. 건강도 가족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삶은 어느 날 예고 없이 익숙한 일상을 흔들어놓는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가장 소중한 것들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최근 출간된 최현아 작가의 두 번째 수필집 『삶이 가르쳐준 것들』과 이일장 작가의 『살아서 돌아오다, 1%의 기적』은 바로 그런 깨달음의 시간을 기록한 책이다.
 
두 작가의 투병 과정은 서로 다르다. 최현아 작가는 유방암과 림프 전이를 진단받은 뒤 선항암 치료와 수술, 방사선 및 표적치료를 거치며 긴 치료의 시간을 보냈고, 이일장 작가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암으로 511일 동안 치료와 회복의 시간을 견뎠다. 한 사람은 자연과 가족, 문학을 통해 삶을 다시 바라보았고, 다른 한 사람은 치열한 치료 과정 속에서 살아 있다는 것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남긴 이유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같은 질문에 닿는다.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다.
 
최현아 작가의 『삶이 가르쳐준 것들』에는 투병의 고통만 기록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병을 겪는 동안 새롭게 바라보게 된 일상의 풍경과 가족에 대한 사랑, 자연이 건네는 위로, 그리고 문학에 대한 생각이 함께 담겨 있다. 치료를 이어가는 힘겨운 시간 속에서 작가는 독산성 숲길과 황톳길을 걸으며 흙의 온기를 느끼고 계절의 변화를 바라봤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산책과 자연의 풍경이 오히려 힘든 시간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됐다. 아픔이 삶의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대신 그동안 보지 못했던 작은 것들을 바라보게 한 것이다.
 
그의 글이 오래 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투병을 극복의 영웅담으로 꾸미기보다 그 시간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배웠는지를 차분하게 돌아보기 때문이다. 가족의 사랑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자연의 변화가 사람에게 어떤 위로를 줄 수 있는지, 그리고 문학이 힘겨운 마음을 어떻게 들여다보게 하는지를 자신의 경험을 통해 보여준다. 그래서 『삶이 가르쳐준 것들』은 암이라는 질병에 관한 기록이면서 동시에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다시 읽어가는 과정에 관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일장 작가의 『살아서 돌아오다, 1%의 기적』은 그보다 더 구체적인 시간의 기록이다. 현대그룹에서 31년간 근무하고 은퇴한 뒤 강의와 집필, 트레킹을 하며 왕성하게 활동하던 저자는 어느 날 암 진단을 받으면서 삶의 계획을 다시 세워야 했다. 건강을 자신하며 100세 인생을 준비하던 사람에게 암은 삶의 방향을 한순간에 바꾸어놓은 사건이었다. 극심한 두통과 섬망, 음식을 제대로 넘기기 어려운 고통이 이어졌고, 25차례의 방사선 치료와 11차례의 항암치료, 11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견뎌야 했다.
 
511일이라는 시간은 그래서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병과 싸우면서 하루를 버텨낸 기록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시간이다. 저자는 병원 복도를 걷고 석촌호수를 걸으며 몸과 마음을 다잡았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평범한 산책이었을 그 시간이 저자에게는 다시 삶으로 돌아가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었을 것이다. 1%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긴 치료의 시간을 견디게 한 힘이 됐다.
 
하지만 이 책에서 더욱 눈여겨볼 부분은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 투병을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병원을 지킨 아내와 직장과 병원을 오가며 곁을 지킨 딸, 치료 과정에서 힘을 보탠 아들과 동생들, 그리고 병실을 찾아 웃음과 위로를 건넨 작가 친구들의 이야기가 함께 기록돼 있다. 한 사람의 생환 뒤에는 그 사람을 지켜준 가족과 친구들의 시간이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병은 한 사람에게 찾아오지만 그것을 견디는 과정은 결코 한 사람만의 몫이 아니라는 것이다.
 
두 책을 함께 읽으면 자연스럽게 일상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병을 겪기 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것들이 치료 이후에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와 친구와 나누는 대화, 아침에 눈을 뜨고 하루를 시작하는 일, 집으로 돌아와 편안하게 쉬는 시간이 모두 감사해야 할 삶의 일부가 된다. 특별한 사건이 있어야만 삶이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일상 자체가 삶의 중요한 내용이었다는 사실을 두 작가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문학의 역할을 생각하게 된다. 질병을 치료하는 것은 의학이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삶 속에서 어떤 의미로 남길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다. 한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글로 기록하면 그 경험은 더 이상 개인의 기억에만 머물지 않는다. 누군가는 그 문장에서 위로를 얻고, 누군가는 자신의 가족을 돌아보며, 또 다른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자신의 일상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개인의 투병기가 문학을 통해 독자의 삶과 연결되는 순간이다.
 
최현아 작가가 자연과 문학, 가족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갔다면 이일장 작가는 511일의 시간을 지나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두 사람의 방식은 다르지만 그들이 도착한 곳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과 오늘이라는 시간일 수 있다는 깨달음이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잃고 나서야 그것의 가치를 깨닫는 경우가 많다. 건강을 잃고 건강의 소중함을 알고, 시간이 흐른 뒤에야 지나간 날들이 아름다웠음을 알게 된다. 두 작가의 책은 그런 깨달음을 조금 일찍 생각하게 한다. 아직 곁에 있는 가족을 바라보고, 아직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하며, 지금 주어진 하루를 조금 더 소중하게 살아보라고 말한다.
 
특히 두 책이 의미 있는 것은 투병을 단순한 고난의 이야기로 끝내지 않았다는 데 있다. 병을 이겨냈다는 결과만을 강조하기보다 그 과정에서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느꼈으며 무엇이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웠는지를 기록했다. 그래서 독자는 두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암이라는 질병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시련을 만난 한 인간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다시 이해하는지를 함께 바라보게 된다.
 
문화와 문학은 거창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다른 사람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최현아 작가와 이일장 작가가 자신의 투병 경험을 문장으로 남긴 것도 결국 그런 의미일 것이다. 자신이 지나온 고통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자신의 경험이 다른 사람에게는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책 속에 담겨 있다.
 
두 권의 책을 덮고 나면 암이라는 단어보다 오히려 일상이라는 단어가 오래 남는다. 가족과 함께하는 한 끼의 식사, 오랜 친구와 나누는 짧은 대화, 집 근처를 걷는 산책, 계절이 바뀌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처럼 평소에는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순간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특별한 사건들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런 평범한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현아의 『삶이 가르쳐준 것들』은 아픔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아낸 기록이고, 이일장의 『살아서 돌아오다, 1%의 기적』은 절망적인 순간에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기록이다. 두 책은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닮아 있다. 삶은 언제나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며,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시련 앞에서 멈춰 서기도 하지만 그 시간을 지나고 나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삶의 가치가 새롭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 이것이 두 작가가 투병의 시간을 지나 책을 세상에 내놓은 이유일 것이다.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기록을 통해 누군가가 오늘의 삶을 다시 바라보기를 바라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더 나은 내일을 기다리며 살아간다. 그러나 두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내일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함께할 사람이 있고, 오늘 걸을 수 있는 길이 있고, 오늘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하루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은 때때로 우리에게 아픔을 통해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두 작가가 남긴 문장에서는 한 가지 공통된 답을 찾을 수 있다. 특별한 삶을 기다리기보다 지금 주어진 삶의 가치를 먼저 바라보는 것. 그것이 아픔을 지나온 두 작가가 독자에게 건네는 가장 담담하고도 깊은 이야기다.
 
〔mailnews7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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