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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하의 詩心 世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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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108
  • 2026.07.19 20:37
 
다뉴브의 잔물결을 들으며
 
시인 이영하
 
음악은 먼저 강이 되었고
강은 먼저 시간을 흘려보냈다.
하이델베르크의 오래된 다리 아래
잔물결은 돌보다 느리게 흘렀고,
나는 낯선 나라에서
처음으로 고향의 얼굴을 떠올렸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선율이
강 위를 미끄러질 때마다
물결은 음표가 되고
바람은 악보를 넘기는 손이 되었다.
 
강은 국경을 묻지 않았고,
물은 언어를 배우지 않았다.
흐른다는 것 하나만으로
세상을 이어 주고 있었다.
 
멀리 떠나 있을수록
조국은 더 가까워졌다.
그리움은 발이 아니라
강을 따라 오는 것이었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눈을 감으면
다뉴브는 아직 내 안에서 흐른다.
강이 남긴 것은 물이 아니라 시간이었다.
음악이 남긴 것은 선율이 아니라 삶이었다.
 
나는 그날 이후 흐르는 것은 모두
언젠가 다시 만난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시작 노트>
 
1980년대초 서독 한국대사관 근무 시절, 하이델베르크를 찾을 때마다 강물은 낯선 타국의 풍경을 고향처럼 품어 주었다. 그곳에서 우연히 들려오던 「아름답고 푸른 다뉴브」의 선율은 강을 흐르는 물보다 먼저 마음속을 흘렀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 멜로디를 들으면 강은 물이 아니라 시간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이 시는 다뉴브를 따라 흘러온 기억과 조국을 향한 그리움, 그리고 삶을 성숙하게 만든 시간을 노래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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