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획깊이를 더한 시선, 일상의 이면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심층 탐사

가장은 떠났는데 재판은 시작도 못 했다…현직 경찰관 사망사고, 멈춰 선 피해 회복

  • AD 내외매일뉴스
  • 조회 116
  • 2026.07.10 14:40
 
【특 집】
 
△장애인 가족 생계 붕괴…사고 9개월 지나도 형사절차 제자리
 
△경찰은 송치했지만 검찰은 장기 검토…유족 "기소부터 해달라“
 
△현직 경찰관 사고에 커지는 국민 시선…"법 앞에 누구나 같아야“
 
 
〔내외매일뉴스·내외매일신문=방명석 기자〕 지난해 9월 경남 의령군의 한 주택가 이면도로에서 현직 경찰 간부가 몰던 로드자전거에 치여 60대 여성이 숨진 사고가 발생한 지 9개월이 지났지만 사건은 아직도 검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경찰은 전문기관의 사고 분석과 현장조사, 피의자 조사 등을 종합해 전방주시 의무 위반과 제동장치 조작 미숙 등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치사) 위반 혐의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의 기소 여부가 장기간 결정되지 않으면서 형사재판은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가장을 잃은 유족들은 생계와 간병, 피해 회복이라는 현실 앞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유족들은 "재판 결과를 미리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형사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호소했다. 이번 사건이 사회적 관심을 받는 이유는 단순한 교통사망사고를 넘어 현직 경찰 간부가 가해자로 입건된 사건이라는 점 때문이다. 경찰은 객관적 증거를 토대로 과실이 있다고 판단해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 단계에서 수개월째 결론이 내려지지 않고 있으며, 그 시간 동안 피해자 가족의 삶은 사실상 멈춰 서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생활도로에서 발생한 사고…경찰은 과실 인정
 
내외매일뉴스·내외매일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A경감은 지난해 9월 11일 오후 7시 17분께 경남 의령군 부림면의 한 주택가 이면도로 내리막길에서 로드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다 주택 대문을 나서던 B씨(당시 63)를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사고 직후 머리를 크게 다쳐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뇌출혈로 치료를 받던 중 열흘 뒤 끝내 숨졌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중앙선이 없고 차도와 보도의 구분이 없는 생활도로였다. 사고 당시 진행 방향 오른쪽에는 봉고차와 승용차가 주차돼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경감은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가 갑자기 도로로 뛰어나와 자전거 앞바퀴와 충돌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피의자신문에서는 "피해자의 몸이 자신의 왼쪽 어깨와 팔 부위에 부딪쳤으며 붙잡으려 했지만 자전거를 타고 있어 잡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유족들은 CCTV 영상이 이러한 진술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의 남편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가해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피해자가 갑자기 뛰어나와 앞바퀴와 충돌한 것이 아니라 CCTV에는 충돌 직전 자전거에서 일어선 자세로 주행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며 "선 자세로 주행하면서 피해자를 붙잡으려 했다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 "회피 가능성 단정 어려워"…경찰은 "주의의무 위반“
 
경찰은 사고 직후 확보한 CCTV를 토대로 한국도로교통공단에 사고 분석을 의뢰했다. 분석 결과 자전거 속도는 시속 약 19.1㎞로 산출됐고, 보행자의 정확한 이동속도를 확인할 수 없어 성인의 평균 보행속도인 초속 1.4m를 적용한 결과 피해자는 충돌지점 약 2.66m 전방에서 이동을 시작한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도로교통공단은 CCTV 화질과 촬영 각도 등의 한계 때문에 충돌 직전 운전자의 정확한 시야 확보 여부와 사고 회피 가능성은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경찰은 현장 구조와 도로 환경, 피의자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별도의 판단을 내렸다. 사고 장소가 야간의 주택가 생활도로이고 차도와 보도의 구분이 없는 이면도로인 만큼 자전거 운전자는 보행자의 출현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하고 전방과 좌우를 세심하게 살피며 제동장치를 적절히 조작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전방주시 소홀과 제동장치 조작 미숙 등 과실이 인정된다고 보고 지난해 12월 A경감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보완수사 끝났지만 4개월 넘게 기소 여부 미정
 
사건은 현재 창원지검 마산지청에서 심리 중이다. 검찰은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뒤 보완수사를 요구했고 경찰은 지난 3월 이를 모두 마무리해 다시 송치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현재까지 기소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검찰은 추가적인 사실관계와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유족들은 보완수사까지 모두 종료된 사건이 수개월째 재판에도 회부되지 않는 현실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가족의 버팀목 잃었다"…장애인 가족의 현실
 
유족들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것은 남겨진 가족들의 현실이다. 숨진 B씨는 뇌경색 후유증으로 편마비 장애를 앓는 남편과 중증 지체장애가 있는 큰아들, 고등학교 재학 중 뇌출혈로 혈관수술을 받은 뒤 현재까지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운 작은아들을 돌보며 사실상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왔다. 사고 이후 가족은 생계와 간병을 동시에 떠안게 됐고 경제적 어려움과 정신적 충격까지 겹치면서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유족들은 최근 창원지검 마산지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서에는 "30여 년 동안 장애가 있는 가족을 돌보며 살아온 어머니를 하루아침에 잃은 뒤 남겨진 가족들은 극심한 생활고와 정신적 고통 속에서 버티고 있다"며 "형사절차가 조속히 진행돼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형사합의금 1~2천만원 제안"…합의는 결국 무산
 
유족들은 사고 직후부터 피의자 측과 수차례 합의를 논의했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병원비와 장례비, 향후 생계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 규모를 제시했지만 이후 별다른 구체적 협의가 이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이후 피의자 측으로부터 우선 형사합의금 명목으로 1000만~2000만원 수준이 제안됐지만 피해 회복 정도를 고려할 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피해자의 남편은 "원하는 것은 거액의 합의금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 있는 대화"라며 "변호사를 통해서만 대응하는 과정에서 유족들은 또 한 번 상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형사재판이 시작돼야 책임 소재도 법적으로 가려지고 민사상 손해배상 절차 역시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고통만 길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 A경감 "구조 요청했고 여러 차례 합의 시도"
 
이에 대해 A경감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고 직후 가장 먼저 119에 신고해 피해자의 구조를 요청했다"며 "지난해 세 차례, 올해 두 차례 유족과 합의를 시도했지만 보상 범위에 대한 견해 차이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원만한 합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형사처벌 여부는 검찰과 법원의 판단을 성실히 따르겠다"고 밝혔다.
 
 
 
△신속한 사법절차도 피해자 보호
 
형사법 전문인 법무법인 태두 최운식 대표변호사는 "수사기관이 객관적인 증거와 법리에 따라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이라면 검찰 역시 확보된 증거를 토대로 합리적인 기간 안에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형사사법 절차의 신속한 진행은 피해자 보호와 사법 정의 실현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유족들을 지켜봐 온 주변 지인들도 "남겨진 가족 모두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상황인 만큼 사건이 조속히 법원의 판단을 받아 피해 회복 절차가 시작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고는 한순간이었지만 남겨진 가족들이 감당해야 하는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싸이공감 네이트온 쪽지 구글 북마크 네이버 북마크